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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거림

유년의 단상_기다림

언덕... 아니 산을 오르는 듯 집으로 향하는 길은 비탈져 있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시간, 엄마를 기다리는 친구들이 하나 둘... 가로등 불빛 아래로 모여들었다.

술래잡기를 하거나 삼삼오오 짝을 지어 나이먹기를 하다보면 무대 뒤에서 등장하는 배우처럼 불빛 아래 어머니가 나타난다.

친구의 손을 잡아줄 어머니... 다시 놀이를 시작한다. 

햇빛을 가린 검은 색 도화지를 연필로 구멍 낼 때처럼 어둠 속에서 창은 불빛을 터 트린다. 

비탈진 동네가 빛나기 시작할 때면 전봇대부터 길게 늘어 섰던 손들이 사라진다. 

 

덩그러니 남겨진 동생과 나... 수렁처럼 자리잡은 비탈 아래를 바라보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머뭇거린다.